location : gwacheon-si, gyeonggi-do
program : commercial + house
project phase : 2022-2025
site area : 229.30㎡
built area : 137.30㎡
total floor area : 451.57㎡
photography : yoon joonhwan
상가주택, 도시적 익명성
과천다층은 흔히 ‘상가주택’으로 불리는 소규모 복합건물이다. 신도시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으로 음식점·카페·소매점과 같은 상업 시설과 주거 공간이 한 건물에 수직적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건물은 대체로 법적 제약 속에서 최대한의 볼륨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비슷한 지구단위계획 지침은 신도시 곳곳에 반복적인 풍경을 낳는다. 지역성과 대지의 고유한 조건을 반영하기보다는 매뉴얼화된 형식을 반복하며 익명적인 도시 풍경을 만든다. 상가주택이라는 유형은 지침의 산물이자 부동산 흐름에 지배되는 건축으로, 다양한 시도의 여지를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익숙하지만 낯선, 조용하지만 생기있는 이런 배경 속에서 익숙한 풍경 안에 작은 이질감을 만드는 방식을 고민했다. 특색 없는 신도시 골목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시선을 붙잡는 건물, 전형적인 상가주택의 형식과 지침 안에서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 그것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상가주택의 기본적인 구성은 1층 상가와 상부 임대나 주인세대 주거 공간의 조합이다. 이러한 구성이 보통은 입면에서도 상가와 주거의 뚜렷한 이분화로 드러난다. 우리는 이 구성에 도시적인 시선을 대입해보고자 했다. 도시에서는 상업지와 주거지 사이에 완충지대 혹은 상업과 주거가 혼용된 가로 풍경이 존재한다. 그 틈새 풍경은 단절이 아닌 점진적인 전환이고 그것이 도시의 결을 만든다. 과천다층 역시 1층 상가와 상부층 주거 사이에 마치 도시 풍경에서 발견되는 전환과 같은 완충의 여지를 입면과 형태에 담고자 했다. 기능과 도시, 형태가 수직적으로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방식을 고민했다.
입면의 리듬
1층은 상업 활동이 거리 풍경 속에 드러나도록 계획되었다. 도로 쪽으로 열린 입면을 적용하고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건물 안의 움직임이 거리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2층은 거리와 가장 가까이 맞닿은 주거층으로 외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벽체와 개구부가 반복되며 막힘과 열림이 교차하는 패턴은 건물에 리듬을 부여하고, 하부의 개방감과 상부의 응집된 볼륨 사이에서 완충의 역할을 한다. 코너 대지라는 조건을 고려해 일부는 테라스로 계획되었다. 테라스로 비워진 공간은 입면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건물에 여백을 주고 거리와의 응시를 위한 틈을 연다. 직각으로 비워낸 틈과 그 위를 감싸는 곡면 매스가 맞물리며 대지 위에 또 하나의 모서리를 만들어낸다. 상부 주거층은 외부와의 교류보다는 내부의 응집에 집중했다. 도로변에는 최소한의 창을 두어 내향적인 성격을 강조했다. 상가와 주거라는 상이한 프로그램, 거리와의 관계, 공간의 밀도의 차이는 날카로운 단절이 아니라 점진적인 리듬 속에서 이어진다.
재료와 질감의 전환
입면의 흐름은 재료와 색감, 질감에서도 드러난다. 1층은 어둡고 거친 마감재로 거리와 맞닿은 활동성을 강조했고, 2층은 회색 벽돌의 반복적인 그리드 패턴으로 닫힘과 열림의 교차가 주는 깊이를 더했다. 상부 주거층은 밝고 고운 질감의 재료를 적용해 점차 폐쇄되는 입면을 완성했다. 세 층의 입면은 서로 다른 재료와 질감을 지니지만 차분하게 이어지며 거리에서 바라볼 때 시각적 리듬과 매스의 밀도를 함께 형성한다. 과천다층은 반복적인 신도시 풍경 안에서 작지만 뚜렷한 차이를 시도한 건물이다. 틈과 전이, 미묘한 변화들이 익숙한 골목 풍경 안에서 자리 잡으며 전형적인 유형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리듬으로 읽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