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tion : seowon-gu, cheongju-si, chungcheongbuk-do
program : public rental housing
project phase : 2019-2023
site area : 2,542 ㎡
built area : 1,478 ㎡
total floor area : 8,780 ㎡
floor : b2f-11f
photography : yoon joonhwan
'낯섦으로 채워진 집'
대지는 청주의 주요 간선도로인 청남로와 접하고, 청주교육대학교와 주거지, 어린이공원이 인접한 정방형의 부지다. 서향이라는 채광의 불리함이 있지만, 대학교 너머로 열린 시야와 낮은 밀도의 주변 환경 덕에 풍부한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양한 조망 조건과 도시 맥락을 최대한 수용하면서, 대규모 공동주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이웃 대지의 환경 악화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였다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거유형이자 오랜 시간동안 효울성과 경제성 면에서 최적화되어 왔다. 그러나 그만큼 아파트는 주변과의 관계가 단절된, 하나의 독립된 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보안과 안전이라는 이유로 외부와의 경계가 더욱 강화되면서 지역 사회와의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상지는 조밀한 골목길로 구성된 도시 조직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며 살아가는 구조 속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움직임이 얽히고 관계가 드러나는 여지가 남아있다. 이웃 간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일상의 이야기가 공유되는 주거 속 장면들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고, 그런 관계의 가능성을 공간 안에 담고자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일상 풍경은 크게 변해 왔다. 과거 골목길에서는 이웃과 마주치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거나 운동을 즐기고, 텃밭에 물을 주는 등의 소소한 일상의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공동주택은 보안과 효율을 이유로 동선이 단순하고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그런 소소한 풍경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주거 공간을 바꾸기보다 ‘집으로 가는 길’ 즉 집으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이동 동선이지만, 그 길 위에서 동네 이웃들과 필연적으로 마주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건축적 요소를 담아내는 것이 우리의 시도였다. 일상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관계가 만들어지는 동선과 공간을 실험하는데서 설계는 시작되었다.
집으로의 여정은 마당과 길에서 시작된다. 전면도로와 후면도로를 연결하는 보행 동선은 ‘마을길’이라는 이름으로 열려 있고, 그 길을 따라 다양한 크기의 상가와 마을 도서관이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지역 주민 누구든 이 길을 오가며 마당에 머물고, 우연히 마주친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했다. 상가와 도서관 사이에 둘러싸인 마당은 외부 골목길과 연결되며 마을의 작은 광장처럼 기능한다. 일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이웃과 방문자, 근무자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공유의 장, 우리는 이 흐릿한 경계 속에서 조금은 다른 일상이 시작되기를 기대했다.
동선을 따라 확장되는 주거의 풍경
외부 공유공간은 수평, 수직적으로 확장된다. 마을마당은 관람석처럼 구성된 계단을 따라 2층 업무시설과 맞닿으며 ‘웰컴마당’으로, 3층 론드리카페와 이어지는 지점에서는 ‘열린마당’으로 확장된다. 상부 공동주택에서는 일부 복도가 옥외 테라스, 야외 체육공간 등 옥외 공유 공간으로 연결되어 주거 내 일상의 이동이 하나의 체험이 되도록 했다. 마당에서 복도, 계단실을 거쳐 자신의 집에 이르기까지, 이 집에서의 동선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관계와 감각이 중첩되는 연속적인 경험이 된다.
경계 없이 열린 대지, 마당을 향해 난 상가와 복도, 들쑥날쑥한 계단과 발코니, 높은 천장을 가진 공유주방과 야외테라스, 그리고 야외 체육공간. 건축의 형태만 놓고 보면 낯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일상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장면은 오늘날 공동주택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다. 더 많은 세대를 수용하고, 효율적인 관리와 보완을 이유로 우리는 점점 단절된 집에 익숙해져 왔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 지역 공동체 해체 같은 사회적 변화는 주거에 새로운 가능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집은 그런 변화에 대한 우리의 건축적 상상력을 넣은 응답이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익숙했지만 잊혀졌던 일상의 장면을 다시 불러들이고자 했다.